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기록"이 없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50인 미만 제조·건설 사업장이 협업툴로 위험성평가·안전교육·비상대응 기록을 남기는 방법

얼마 전 한 제조업체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안전교육은 하는데, 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저는 이 한마디가 지금 국내 중소 제조·건설 현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묻는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닙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평소에 이행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는 그 활동을 공지하고, 실행하고, 기록할 도구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판결에서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 그리고 협업툴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어떻게 회사의 시스템으로 만드는지 정리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산재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2025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605명으로, 2022년 재해조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법 시행 후 4년(2022~2025)간 2,436명이 일터에서 사망했습니다. 하루 평균 1.7명입니다.
사고가 난 사업장 1,990곳 중 156곳에서는 중대재해가 두 번 이상 반복됐습니다.
사망자의 5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고, 건설업과 제조업이 전체의 73%를 차지합니다.
처벌은 무거워졌는데 사고는 줄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현장에 가 보면 답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 체계도, 기록도, 소통 채널도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기업 702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충분히 구축했다"고 답한 곳은 7.5%뿐입니다.
안전 전담인력이 있는 곳은 28.2%입니다. 나머지는 사업주가 직접 하거나(38.4%), 인사·총무·생산관리자가 겸직합니다(32.4%).
위험성평가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업장은 전체의 35.5%에 불과합니다.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시행 여력 부족"(48.6%), 2위는 "절차가 복잡"(35.8%)입니다.
의지가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없고 도구가 없어서 못 하는 겁니다.
소통 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 추진율은 31.7%로 대기업(68%)의 절반 이하입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안전 공지는 아침 조회 때 구두로, 아니면 게시판이나 개인 카톡방으로 전달됩니다. 누가 언제 봤는지는 남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때부터 증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실제 판결에서 무엇이 문제였나: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사건 4건
판례를 보면 법원이 어디를 보는지 분명해집니다. 대표적인 사건 네 건만 소개합니다.
1호 판결, 온유파트너스 (2023년 4월, 대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경기 고양의 요양병원 증축 공사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위반은 세 가지였습니다.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가 없었다는 것,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비상대응 매뉴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세 조항은 지금도 수사기관이 가장 자주 적용하는 조항입니다. 흥미로운 건 양형 사유입니다. 법원은 회사가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힌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봤습니다. 사고 후에 세운 계획도 참작되는데, 사고 전부터 기록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첫 실형, 한국제강 (2023년 4월, 대표 징역 1년·법정구속)
방열판 보수 작업 중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사망자는 한 명이었는데 왜 실형이었을까요. 이 회사는 과거에도 비슷한 산업재해가 있었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바로잡지 않은 점을 무겁게 봤습니다.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개선을 완료하기까지의 기록이 없다면, "알고도 방치했다"는 판단을 뒤집을 방법이 없습니다.
소형 건설사, 만덕건설 (2023년, 대표 징역 1년·집행유예)
건설기계와 근로자의 충돌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위반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지 않은 점, 유도자 배치 예산을 편성·집행하지 않은 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기준이 없는 점, 작업중지 등 대응 매뉴얼이 없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충돌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출입통제 안전시설에 예산을 쓰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위험을 알았다는 사실과, 그에 대해 아무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함께 남은 겁니다.
아리셀 화재 (2024년 6월, 23명 사망 — 1심 징역 15년, 2심 징역 4년)
경기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1심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항소심은 징역 4년으로 크게 감경했습니다. 감경 사유 중 하나가 "사고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컨설팅을 받던 중이었고, 의무를 완전히 외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23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이고, 이 판결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다만 경영자 입장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법원은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실제로 있었는가"를 형량에 반영합니다.
판례가 공통으로 말하는 것
2025년 9월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71건에서 가장 많이 인정된 위반은 두 가지였습니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미비,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기준 미비입니다. 법원은 서류가 있는지를 보지 않습니다. 사업장 특성이 반영된 실질적인 이행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정기 위험성평가와 개선 조치를 객관적 근거로 제시한 사건은 경영책임자가 무죄를 받았고, 의무 이행을 입증한 사건은 불기소로 끝났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평소에 뭘 했는지가 시점, 담당자, 승인자와 함께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뒤에 만드는 서류로는 안 됩니다.
카카오톡과 메일로는 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단톡방으로 다 공지하는데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도 카톡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전 관리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건을 한꺼번에 채우지 못합니다.
요건 | 카톡 · 메일 · 종이 | 협업툴 |
|---|---|---|
전 직원 도달 | 단톡방 이탈, 미가입, 현장직은 메일을 안 봄 | 조직도 기반으로 협력사까지 공지, 모바일 푸시 |
확인 여부 기록 | 읽음 표시 외 근거 없음, 대화에 밀려 사라짐 | 열람·댓글·확인 이력이 남고 검색됨 |
이행 관리 | 담당자와 기한을 관리할 수 없음 | 담당자·마감일·진척도를 업무 단위로 관리 |
승인 근거 | 구두 보고, 결재 흔적 없음 | 결재·합의 라인으로 경영책임자의 승인이 기록됨 |
입증 자료 | 사고 후 취합·재작성 | 시점·작성자·변경 이력이 남은 원본 그대로 제출 |
카톡은 대화 도구이지 업무 관리 도구가 아닙니다. 공지가 대화에 밀려 올라가는 순간 그 공지는 없었던 것과 같습니다. 위에서 본 판결들의 위반 항목(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평가기준, 비상대응 매뉴얼, 예산 집행)은 모두 "절차가 있었고 실행했다"는 기록을 요구합니다.
협업툴 플로우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기록하는 방법
저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의 안전보건확보의무 9가지를 4개 영역의 업무 체크리스트로 만든 SafeFlow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 운영 화면을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목표·경영방침·전담자·예산)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공지 업무로 등록해 전사에 공표합니다. 전담자 지정과 예산 확보는 대표이사 결재로 승인합니다. 만덕건설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경영방침 미설정, 예산 미집행"이 여기서 기록으로 해결됩니다.

2. 근로자 안전보건 확보 (안전교육·보호구·건강검진) 정기·특별 안전교육을 마감일이 있는 업무로 배정합니다. 보호구 지급대장과 건강검진 안내는 공지로 배포합니다. 교육 실시일, 참석자, 지급대장 원본이 남습니다.
3. 위험성평가 및 점검 (월간·분기·반기) 점검을 하위 업무로 반복 생성하고, 점검 결과 사진과 개선 조치를 댓글로 첨부합니다. 위험요인을 발견한 시점부터 개선이 완료된 시점까지 타임라인이 남습니다. 온유파트너스와 한국제강 사건에서 법원이 본 것이 바로 이 "확인하고 개선했는가"의 기록입니다.
4. 소통 및 보고체계 (의견청취·경영책임자 보고·비상연락망) 근로자 의견청취 게시판을 운영하고, 경영책임자 보고와 확인 서명 절차를 업무로 등록합니다. 사고 발생 시 비상연락망은 피드 상단에 고정해 둡니다. 비상대응 매뉴얼이 "있다"에서 "전 직원이 봤다"로 바뀝니다.

협력사 현장대리인은 외부 게스트로 초대해서 원청과 하청이 같은 화면을 봅니다. 현장 근로자는 앱만 설치하면 됩니다. 별도 교육 없이 카톡처럼 쓰면 됩니다. 도입은 템플릿 복제부터 운영 시작까지 2주면 충분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루틴"입니다
협업툴을 도입한다고 사고가 0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첫째, 경영책임자는 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을 사고가 나기 전에 쌓아둔 기록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겸직 담당자라도 반복 업무와 알림 덕분에 점검과 교육 주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셋째, 근로자에게 "몰랐다"가 없어집니다. 위험 신고 창구가 항상 열려 있어 아차사고가 개선 업무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력과 절차는 회사에 남습니다. 안전이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회사의 프로세스가 되는 겁니다.
중대재해 예방은 거창한 시스템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공지하고, 실행하고, 기록하는 루틴이 회사에 자리 잡으면 됩니다. 그 루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는 이미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가요? 네. 2024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면 제조·건설·서비스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Q.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하나요? 시행령 제4조의 9가지 의무(목표·경영방침, 전담조직,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예산, 책임자 평가기준, 전문인력, 종사자 의견청취, 비상대응 매뉴얼, 도급 시 안전확보)를 실제로 이행한 기록입니다. 판례는 서류의 존재보다 사업장 특성이 반영된 실질적 이행 여부를 봅니다.
Q. 위험성평가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최초 평가 후 정기적으로, 그리고 설비·공정·작업방법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해야 합니다. 2023년 지침 개정 후에는 월·분기·반기 단위 상시평가 방식도 인정됩니다. 중요한 건 주기보다 "했다는 기록"입니다.
Q. 협업툴이 안전관리 전용 솔루션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전용 솔루션은 안전 담당자만 씁니다. 협업툴은 전 직원과 협력사가 이미 업무용으로 쓰는 공간에 안전 활동을 얹는 방식이라 공지 도달률과 확인율이 다릅니다. 별도 시스템을 하나 더 배우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Q. 도입에 얼마나 걸리나요? SafeFlow 템플릿 복제, 조직도·협력사 등록, 담당자 지정과 결재 라인 설정까지 2주 안에 운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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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고용노동부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2026.3), 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 발생보고 전수 분석(2026.4), 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 전국 기업 실태조사」(2024.6), 고용노동부 「새로운 위험성평가 안내서」(2023),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의 디지털 전환 추진 현황 실태조사」(2023),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2025 중대재해 사고백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2고단3254(온유파트너스), 창원지법 마산지원 2022고합95(한국제강), 수원고등법원 2025노1502(아리셀). 판결 관련 내용은 공개된 판결문과 보도를 요약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